1. 한국 의료는 세계적 자랑거리
1-1. 한국 의료는 싸다
1-2. 한국 의료는 잘 고친다
1-3. 국가적 보물인 의료를 소중히 다루어야
2. 싸고 잘 고치는 이유 - 의사당 환자 수 많음
2-1. 한국 의료는 박리다매
2-2. 가난한 인도인의 시력을 찾아준 아라빈드 안과 병원
3. 인구당 의사 수 증가는 국민에게 나쁘다
3-1. ‘인구당 의사수’는 잘못된 목표
3-2. 의사수 늘이면 값은 오르고, 치료율은 떨어질 것
3-3. (참고) 공급이 는다고 가격이 꼭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4. '의사 부족'은 잘못된 진단
4-1. 한국 의료의 접근성은 세계 최고
4-2. 지리적인 접근성도 세계 최고
4-3. 미래에도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을 것
5. 문제는 필수 의료 기피
소개
인도의 안과 의사인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Gonvindappa Venkataswamy)는 1000만명이 넘는 인도인들이 시력을 잃고 살고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하루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시력을 잃으면 생활력을 잃었고, 그로 인하여 대개 2-3년 안에 사망하였다. 그런 시력 장애의 80%는 백내장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는 국립 병원에서 일하고 은퇴한 뒤인 1976년에 백내장 수술 전문인 아라빈드(Aravind) 안과 병원을 시작하였다.
당시에 백내장 수술의 가격은 100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인도인의 연평균 소득은 430달러였다. 많은 사람들이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게다가 안과의사는 많지 않았다. 벤카타스와미는 많은 사람들이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맥도날드 햄버거 매장에서 발견하였다. 균일한 품질의 햄버거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표준화, 분업화된 체제였다.
아라빈드는 기상천외하게도 의사 한명당 두개의 수술대를 나란히 놓았다. 한 수술대에서 환자를 수술하는 동안, 다른 수술대에서는 준비를 하였다. 의사는 한명의 수술을 마치면 바로 다음 수술을 하였다. 의사들은 수술에 집중하고 수술의 설명이나 준비는 간호사나 다른 인력이 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수술 생산성이 급격히 올라갔다. 많은 백내장 수술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2019년에 아라빈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도의 다른 안과의사들은 평균 200-300회 수술을 한다. 이것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회수다. 하지만 아라빈드의 의사들은 인당 연간 1,500회 이상의 수술을 한다.
하나에 70-100달러 하는 렌즈도 문제였다. 아라빈드는 렌즈의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렌즈를 제조하였다. 그렇게 자체 제작된 렌즈는 약 2달러였다.
아라빈드의 백내장 수술 평균 가격은 2019년에 90 달러였다. 수술비를 낼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무료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47%는 무료 또는 거의 무료로 시술해주었다. (초기에는 무료 환자가 80%였다.) 그걸 고려하면 전체 평균 가격은 50달러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선진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라빈드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가장 낮은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낮다. (게다가 아래는 2011-12년 수치다. 위의 아라빈드는 2018-19년 정도다.)
아라빈드 50 (달러, 이하 같음)
한국 1,323
프랑스 1,693
캐나다 3,046
미국 4,694
스위스 5,310
인건비 차이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인도의 2018년 인당 GDP는 1,974 달러, 한국의 2012년은 25,466 달러로 약 13배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 비용은 26배다.
비용이 낮은 것은 좋지만, 품질은 괜찮을까? 아라빈드의 의사가 환자 한명당 쓰는 시간은 다른 병원에 비하여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비싼 병원보다 진료 품질은 못하지만, 낮은 가격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일까?
아니다. 아라빈드는 영국이나 유럽보다 더 좋았다.
다음은 수술 후에 최대 교정 시력의 몇 %를 달성했는지다.
영국 89.6%
EU 94.4%
아라빈드 97.2%
수술후 부작용율도 더 낮았다. 다음은 수술 후 후방 캡슐 파열, 조눌러 파열의 비율이다.
영국 2.1%
EU 1.2%
아라빈드 0.7%
다음은 또 다른 부작용인 수술 후 화농성 안구내염 비율이다.
영국 0.14%
EU 0.08%
아라빈드 0.02%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한국의료가 낮은 비용과 높은 진료 품질을 함께 달성한 것과 본질은 같다. 의사당 환자수가 많을 수록 진료 성과는 더욱 높아진 것이다.
하나는 숙련이다. 창업자 벤카타스와미는 “우리는 수련 병원이다. 환자가 많을수록 수련도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혁신이다. 한 수술실에 수술대를 두개를 놓는다는 발상이 그런 것이다. 의사는 수술에만 집중하고, 다른 일을 줄인 것도 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서 생산성을 올린 것이다.
이런 박리다매 모형을 통해 아라빈드는 꾸준히 이익을 냈다. 2009년에는 2천만 달러 매출에 8백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였다. 1976년에 마두라이(Madurai)에서 침상 11개 병원으로 시작한 아라빈드는 2015년에는 인도 전역에 7개의 병원, 침상 4,000개로 성장하였다.